코로나19 이후 해외로 떠난 첫 여행지가 코타키나발루였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보지 않은 나라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여행지였고, 또 치안도 인도나 다른 곳에 비해 안전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선택한 곳이 코타키나발루였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인 만큼 자유여행보다는 패키지여행이 조금 더 편리할 것 같아 선택한 여행이라 사전에 조사나 코타키나발루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시간은 없었다. 그래도 주변에 코타키나발루 여행 다녀온 지인들에게 추천받은 반딧불이 투어 정도만 알고 여행을 떠났다.
1. 마법 같은 순간, 반딧불이 투어
코타키나발루에서 꼭 해봐야 할 투어로 꼽히는 '반딧불이 투어'. 솔직히 패키지 상품의 선택 관광 여행 코스로 안내된 반딧불이 투어를 나는 가지 않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모기를 너무 싫어하는 나로서는 굳이 열대 숲으로 들어가 모기에 뜯기면서까지 반딧불이를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반딧불이 투어를 원했다. 나는 반딧불이 본 경험이 있지만,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반딧불이를 실제로 본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 말에 바로 '반딧불이 투어'를 결정했다.
나와 아이들 모두 긴 팔 옷과 긴 바지 그리고 모기 기피제까지 뿌려 완전무장을 마친 후 반딧불이 투어에 참여했다. 반딧불이 투어는 선셋 투어 이어 완전히 해가 저문 후 배를 타고 강을 따라 이동해 반딧불이를 찾아가는 코스였다. 휴대폰 불빛도 허용치 않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반딧불을 유인하는 불빛만이 반짝이고 있던 어느 순간 저 멀리 반짝이는 작은 불빛들이 나타났다.
반딧불이 투어를 떠났지만 내심 어렸을 적 시골에서 보았던 반딧불 몇 마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수많은 반딧불이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의 반짝이는 불빛을 보는 것과 같은 불빛을 내고 있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박수를 치면 마치 나무 위에 있던 수많은 반딧불들이 대답을 하듯 동시에 반짝이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어느 순간 배 위에 있던 반딧불이를 유인하는 불빛에 반응하듯 반딧불이가 배 안으로 들어왔다. 가이드 말로는 반딧불이를 손안에 넣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배 위의 모든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배안으로 놀러 온 반딧불이를 손안에 가두고 저마다의 소원을 빈 후 다시 돌려보내는 과정을 반복했었다. 소원을 비는 것도 평생 만날 수 있는 반딧불이를 모두 본 것 같을 정도로 많은 반딧불과의 만남의 코타키나발루 여행의 백미를 장식했다.
2. 코타키나발루 호핑 투어
코타키나발루의 대표적인 여행 코스로 호핑 투어가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코타키나발루의 호핑 투어는 선상 위에서 즐기는 투어가 아닌 섬투어라 할 수 있다. 나는 코타키나발루의 여러 섬 중 사피섬으로 투어를 떠났다.
다른 동남아시아 호핑 투어 경험이 많은 나로서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섬투어 시간은 특별한 감흥이 없었다. 다만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이 있다면 섬으로 이동할때 배위의 시간이었다. 사실 섬에서 즐길 수 있는 선택 관광 프로그램으로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등이 있었는데, 굳이 비싼 돈 내면서 선택 관광을 할 필요 없이 섬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배 위에서 마치 바나나보트나 제트스키를 타는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빠른 속도로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좋았고, 시원함이 좋았고, 배 위에서 바라보는 섬 경치가 더 좋았다. 섬으로 이동하는 배 위의 그 순간이 내가 뽑은 코타키나발루의 여행코스 베스트 3에 들 정도로 짜릿하고 즐거운 순간이었다.
3.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쇼핑, 아미고 쇼핑몰
코타키나발루 여행에서 쇼핑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나는 현지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로켈 마켓과 그리고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좋은 쇼핑몰로 유명한 아미고 쇼핑몰을 방문했다. 로컬 마켓도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점에서는 가볼 만 하지만 쇼핑이 목적이라면 아미고 쇼핑몰이 쇼핑을 즐기기에는 더 쾌적하고 편리하다.
쇼핑과 그리고 아미고 쇼핑몰 내에 있는 마트에서 기념품 구매를 목적으로 방문한 아미고 쇼핑몰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바로 말레이시아 전통 공연이었다. 저녁쯤 정문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 로비에서 진행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전통 공연을 보게 되었다. 말레이시아 전통 음악에 맞춰 화려한 전통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전통 춤을 선보이고 있었다. 아이들과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아이 하나가 무용수의 이끌림에 무대로 나가 우리나라 고무줄 놀이와 같은 춤을 아이들이 함께 체험하는 기회도 갖게 되면서 좋은 추억을 남기게 되었다. 자칫하면 자연경관 관광으로 끝났을 코타키나발루의 여행이 우연히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되면서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아미고몰에서는 전통 공연을 매일 12시, 14시, 16시, 18시 20시에 2시간 간격으로 하고 있다고 하니 코타키나발루에서 쇼핑할 계획이 있다면 전통공연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들은 우리가 흔히 핫플이라고 부르는 명소들이 아니었다. 손바닥 위에서 빛나던 작은 반딧불이, 바다 위를 날아오르는 듯한 시원한 보트 라이딩,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말레이시아 전통 공연의 강렬한 리듬, 나에게 코타키나발루 여행은 기대했던 메인 디쉬가 아닌 기대가 없었던 사이드 디쉬가 더 좋은 것처럼 우연이 마주친 순간이 주는 즐거움이 더 좋은 추억으로 남는 여행이었다. 바로 이 우연이야 말로 진정의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관련글>
[코타키나발루 여행기1] 알아두면 좋은 상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 TMI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계획할 때 숙소 선택은 여행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번 여행은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여행이었기 때문에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호텔을 선택했다.
tour.tournwine.com
[코타키나발루 여행기3] 코타키나발루 여행 알아두면 좋은 상식 & 정보
코타키나발루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여유로운 분위기로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여행지다. 나도 그 유명세를 들어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지만, 바쁜 일상을 보내다
tour.tournwine.com